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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119] “소방이 주도하는 화재조사 체계가 필요합니다”

[인터뷰] 강경석 경기 구리소방서 소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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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누리 기자 | 기사입력 2023/06/20 [10:00]

[Hot!119] “소방이 주도하는 화재조사 체계가 필요합니다”

[인터뷰] 강경석 경기 구리소방서 소방장

최누리 기자 | 입력 : 2023/06/20 [10:00]

 

“제게 화재조사는 미지 세계를 탐험하는 여정입니다. 큰 틀에서 보면 현장 연소 패턴을 분석하는 거시적 방법과 분석 장비를 활용해 그 원인을 촘촘히 살펴보는 미시적 방법 등 굉장히 복합하죠. 때론 이 과정이 어렵고 힘들지만 제 노력이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킨다는 생각에 화재 원인 등을 한 걸음 더 깊숙이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새까맣게 타버린 어느 건물 화재 현장. 고요하고 적막한 이곳에 ‘찰칵’하는 소리가 들려오는 동시에 빛이 번쩍이기 시작한다. 진지한 표정으로 현장 이곳저곳을 살피면서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리는 한 사람. 잿더미 속 파묻힌 발화 지점과 화재 원인을 밝혀내는 강경석 소방장이다. 

 

 

2015년 화재조사관 경력채용으로 소방에 입문한 강 소방장은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고려대학교 공과대학원에서 화공생명공학(세부 전공 리튬이온배터리 소재 개질 등)을 전공하고 관련 연구기관에서 근무하던 연구원 출신이기 때문이다. 

 

연구원 시절 모교 누리집에서 자료를 검색하다가 ‘화재조사관 석ㆍ박사 경력경쟁 채용’ 공고를 발견했다. 호기심에 공고문을 살펴보다 화재조사관 업무에 묘한 끌림이 느껴졌다. 이로써 그의 인생은 큰 변화를 맞이한다. 

 

“연구하면서 쌓은 지식, 노하우가 화재조사 업무와 관련성이 적어 망설여졌지만 소방관인 친형과 얘기하면서 점점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제가 가진 지식과 능력이 국민 안전을 위해 사용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죠. 무엇보다 국민 생명과 안전을 위해 헌신하는 소방의 활약을 접했던 터라 화재조사관에 지원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강 소방장은 바라던 소방관이 됐지만 지금껏 해오던 것과는 사뭇 다른 소방조직에 적응하기까지 약간의 어려움이 따랐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화재조사에 관한 열정은 이런 어려움도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화재조사는 큰 도전이었어요. 화재조사를 위해선 화재는 물론 전기와 기계, 화학 등 다양한 공학 분야 지식이 필요하거든요. 그간 배운 지식을 기초로 더 많이 공부하고 현장 경험을 쌓으면서 저만의 화재조사 세계관을 확장하기 위해 집중했습니다”

 

끈질긴 분석 끝에 인덕션 화재 위험성을 밝혀낸 일도 있다. 어느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 조사를 위해 출동했을 때의 일이다. 조사 결과 인덕션이 발화 지점으로 특정됐다.

 

인덕션은 하이라이트처럼 사람이 잘못 누르거나 반려동물에 의해 발열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 이해되지 않았다. 즉시 경기도소방학교 화재감정분석팀에 감정 의뢰를 맡겼다. 

 

그 결과 과거에도 해당 제품에서 비슷한 원인으로 화재가 발생한 사실을 발견해 냈다. 큰 문제라고 직감해 경기도소방학교와 함께 국가기술표준원에 관련 정보를 넘기는 등 해당 제품이 리콜 조치될 수 있도록 힘썼다. 같은 이유로 발생하는 인명ㆍ재산피해를 막기 위해서다.

 

“조사해 보니 일정 용량을 넘어서면 이를 견디지 못하고 터져버릴 수 있도록 제조된 하이브리드 인덕션 제품이었죠. 이를 계기로 사소한 문제점이라도 그냥 넘기지 않고 더 몰두하면서 사실 확인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강 소방장은 2020년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화재조사 학술발표대회와 2021년 전국 화재조사 학술발표대회에서 ‘압력 셀을 활용한 전동 킥보드에 사용하는 리튬이온배터리 양극재의 화재 위험성 분석기법 연구’를 주제로 발표한 결과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가 리튬이온배터리 양극재 화재 위험성을 주제로 선정한 이유는 원인 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안타까움에서였다. 

 

전동 킥보드에 사용되는 리튬이온배터리 특성상 화재가 발생하면 내부 주요 구성물이 없어지는데 정확한 발화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구조적인 취약성에 관한 연구가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강경석 소방장은 리튬이온배터리 핵심 부품인 양극재에 주목했다. 양극재는 리튬이온배터리 용량을 결정하는 핵심 소재로 니켈ㆍ코발트ㆍ망간 등의 종류에 따라 에너지 밀도가 달라진다.

 

전동 킥보드 화재 사례를 바탕으로 시중에 유통되는 전동 킥보드용 배터리를 조사한 결과 니켈ㆍ코발트ㆍ망간을 사용한 ‘3성분계 양극재를 사용한 배터리’가 쓰인다는 걸 확인했다. 이 3성분계 양극재에 니켈 함량이 높아지면 열 안전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런 문제 등을 통해 전동 킥보드 사용 중 리튬이온배터리 내부 가스 발생량이 증가해 열폭주를 가속화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대부분 연구 트렌드는 성능 향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아직 안전한 시스템 개발을 위한 방향성은 크지 않은 셈이죠. 화재조사관으로서, 리튬이온배터리를 연구했던 과학자로서 이런 연구 방향이 위험성 측면에서 어떤 결과를 낳을지 의구심이 들었죠. 연구에서 전동 킥보드 전체를 조사한 건 아니지만 리튬이온배터리 화재 위험성을 구체적으로 규명할 순 있었습니다”

 

 

강 소방장은 향후 리튬이온배터리 화재를 더욱 면밀히 조사하기 위해선 소방이 주도적으로 화재조사를 진행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내연기관차와 달리 전기차 화재는 내ㆍ외부 전문가 인력풀이 부족합니다. 리튬이온배터리가 전기차 하부에 견고히 장착돼 화재조사관 힘만으로 감식을 진행하기엔 진입 장벽이 높은 편이죠. 특히 감정기관 등에 감정 의뢰하기도 쉽지 않아 제조사 등을 통해 입고시킨 뒤 합동 감식을 진행하곤 합니다. 그럼 제조사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어요. 주도적인 화재조사 시스템이 체계화될 수 없는 구조죠”

 

더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의 결과를 만들겠다는 강 소방장. 그는 화재조사관들이 리튬이온배터리 화재를 더욱 체계적으로 조사할 수 있도록 국내ㆍ외 문헌과 경험을 통해 조사 기법 등 관련 자료를 만들 계획이다. 

 

 

“화재조사관들은 리튬이온배터리 화재 원인을 추정할 때 많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과학적인 배경지식과 현장 경험으로 저술된 자료 등이 부족한 실정이죠. 제 주전공과 현장 경험을 살려 리튬이온배터리 적용 분야별 감식ㆍ정 기법과 체계 관련 자료를 작성할 예정입니다. 과학자로서 리튬이온배터리 화재 시 빠르고 안전하게 비가역적인 상태를 만드는 방법도 연구해 나가려고요”

 

최누리 기자 nuri@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3년 6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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