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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119] “효율적인 병원 전 응급의료시스템 구축 위해선 산적한 문제 먼저 해결돼야”

안신욱 울산소방본부 소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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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영 기자 | 기사입력 2023/07/20 [10:00]

[Hot!119] “효율적인 병원 전 응급의료시스템 구축 위해선 산적한 문제 먼저 해결돼야”

안신욱 울산소방본부 소방장

유은영 기자 | 입력 : 2023/07/20 [10:00]

 

“119구급 발전을 위해선 앞으로 나아가는 정책도 필요하지만 현재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지금의 문제들은 과거부터 반복돼왔고 이는 곧 현장 구급대원들의 애로와 연결됩니다. 이른 시일에 재정비해야만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병원 전 응급의료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2003년 광주보건대 응급구조학과를 졸업하고 1급 응급구조사 자격을 취득한 안신욱 소방장은 2년간 병원에서 응급구조사로 근무한 뒤 2005년 울산소방 구급특채에 합격해 소방관이 됐다.

 

20년에 가까운 세월 구급대원으로 근무하며 하트세이버 9, 브레인세이버 3, 트라우마세이버 1개를 받은 그는 미국 EMS뿐 아니라 BDLS/ADLS, PHTLS 관련 다양한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구급 관련 여러 TF에서도 활약했다.

 

 

소방관이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비번날 대형마트를 찾았다. 1층에서 사람들이 모여 웅성대는 가운데 한 아이 엄마의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급히 달려가 보니 4살쯤 돼 보이는 아이가 쓰러져 있었다. 얼굴은 창백했고 숨을 쉬지 않았다. 아이 엄마와 주변에서는 어쩔 줄 몰라 발만 동동거리고 있었다. 

 

인공호흡과 가슴압박을 시작했다. 2분쯤 지났을까. 아이는 기침을 하면서 깨어났고 작은 심장은 다시 뛰기 시작했다. 

 

때마침 도착한 119구급차에 아이를 인계하고 집으로 향했다. 며칠 뒤 소방본부 게시판에 ‘그날 우리 아이의 생명을 살려주신 분을 찾는다’는 글이 올라왔다.

 

“임용된 후 지금까지 보람을 느꼈던 순간이 너무나 많은데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아닐까 싶어요. 건강하게 회복한 아이를 보니 응급구조사가 된 것에, 소방관이 된 것에 크게 감사함을 느꼈던 순간이었습니다”

 

 

이렇듯 응급구조사라는 자격에, 구급대원이라는 직업에 누구보다도 애정이 깊은 안신욱 소방장은 현 119구급시스템에 대한 고민이 많다. 응급구조사와 간호사로 구성되는 119구급대가 더욱 발전하려면 현장 맞춤형 교육과 함께 업무범위 확대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간호사와 응급구조사는 엄연히 교육 과정이 다르기 때문에 현장 맞춤형 교육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현장은 늘 전쟁터라 다양한 손상기전을 갖고 환자에게 연속적인 처치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하는데 구급대원 업무범위는 20년 전과 큰 차이가 없죠. 현장에서 유연하고 연속성 있는 처치를 시행하기 위해선 업무범위 확대가 꼭 필요합니다” 

 

 

현장에서 구급대원들이 욕설을 듣거나 폭행을 당하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 과정에서 감정 소진과 우울감을 느끼는 구급대원도 늘고 있다. 안신욱 소방장은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구급대원 폭행에 대한 현실적인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감정노동에 대한 명확한 회복시스템이 구현돼야 한다는 바람도 갖고 있다.

 

“환자 권리에 대한 맹신으로 그들이 ‘갑’의 위치에서 만족할만한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는 게 당연시됐습니다. 환자의 과도한 요구나 욕설, 폭행에도 묵묵히 참아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정서였죠. 그러나 구급대원도 감정이 있는 노동자입니다. 방법이나 대안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현장에서 전문적인 처치를 받기 위한 의료지도 체계와 단순 숫자에 불과한 평가 점수ㆍ구급품질 지표, 구급대원을 교육하는 구급전문교육사(구급지도관) 제도 개선이 동반돼야만 구급에 발전이 있을 거로 믿는다. 그리고 이런 노력이 있어야만 후배 구급대원들에게 더 나은 근무환경과 구급대원으로서의 자부심을 만들어 줄 수 있을 거란 확신도 함께 품고 있다. 

 

 

“후배들에게 ‘우린 환자 생명을 존중해야 하는 구급대원이다. 초심을 잃지 말자. 현장에 답이 있고 그 답은 정답이 아닌 해답이다. 경력이 있으니까, 고참이니까 같은 자만은 금물이다’고 늘 얘기합니다. 꼰대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잔소리로 인해 그들이 발전할 수 있다면 백번, 천번이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현장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을까’란 고민으로 매일을 시작하는 안신욱 소방장. 그의 꿈은 현장 중심의 케이스 시나리오를 경험하고 연구할 수 있는 ‘구급교육센터’를 만드는 일이다. 그곳에서 전문지식과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한 응급처치 공통교안을 제작하고 많은 후배에게 질 높고 체계적으로 교육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건 늘 그를 설레이게 한다.

 

“병원에서부터 소방 현장까지 20년 동안 대한민국 응급의료체계에 몸담고 있지만 늘 부족한 점이 많았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구급대원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만두는 날까지 언제나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유은영 기자 fineyoo@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3년 7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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