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talktalk] “소방업무 가치는 무엇과도 비교 못 해, 소방 사랑의 이유”경기도 최초 소방서로 개청 후 77년 맞은 수원소방서… 123만명 시민 위해 ‘구슬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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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수원소방서. 무려 77년이라는 세월 속에서 경기 소방행정을 이끌어온 으뜸 소방서다. 123만명이 거주하는 수원은 교통과 문화, 행정의 중심지로 꼽힌다.
지난 2023년 5월 지역의 소방안전 책임자로 부임한 권용성 수원소방서장은 1995년 소방간부후보생 8기로 소방 공직에 입문했다. 그간 오산과 화성, 안양소방서장을 거쳐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재난종합지휘센터장, 재난대응과장, 소방행정과장을 역임하는 등 경기도의 베테랑 소방 지휘관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내가 사랑하고 열망하는 일을 업으로 가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행복한 일이다”
6월 5일 서장실에서 만난 권 서장은 소방에 입직한 이유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소방 입직 전 막연히 느꼈던 ‘멋진 일’이라는 생각은 진짜 소방관이 된 이후 더 큰 의미로 그에게 다가왔다.
“소방 입직 전 전망과 역할에 대해 듣고 멋진 직업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입직하고 보니 업무의 가치는 생각보다 훨씬 컸다. 내가 소방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수많은 동료와 함께 인명을 지키고 국민의 재산을 보호하는 일. 그것은 직업이라는 단순한 의미를 넘어 그에게 삶의 행복과 가치를 가슴 속에 짙게 새겨줬다.
어느덧 지휘관이라는 자리에 올라 많은 조직 구성원과 호흡을 맞춰온 권 서장은 판단과 결정, 그리고 책임을 지는 자세로 신뢰와 믿음을 주는 게 지휘관의 덕목이라고 강조한다.
“가장 중요한 순간이나 가장 정확한 시간에 무엇을, 어떻게 할지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는 지휘관은 그 결과에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결정을 존중하고 따를 수 있도록 하려면 신뢰와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생명을 존중하는 ‘안전가치’에 기반을 둔 판단으로 대원 자신과 시민의 안전을 모두 지켜내는 일이야말로 그가 바라는 남은 소방 공직생활 끝자락의 목표다.
30년 가까이 소방관의 삶을 살아온 권 서장은 “훗날 ‘커피 한 잔 정도 마셔도 되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수원소방서의 오랜 역사와 함께 긴 시간 선ㆍ후배가 함께해온 ‘우리’를 수원소방서의 가장 큰 자랑거리로 꼽기도 했다.
시민과 조직 구성원 모두가 안전할 수 있도록 지휘관의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는 권 서장은 “누구나 근무하고 싶어하는 수원소방서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내기도 했다.
다음은 권 서장과의 일문일답.
수원소방서는 경기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곳으로 안다.
1909년 의용소방대의 전신인 ‘수원소방조’ 창설을 시작으로 1947년 5월 1일 경기도 최초 소방서로 개청했다. 경기 지역에서 최초이면서 유일한 소방서로 문을 열었다.
당시 경기도에는 인천소방서, 개성소방서, 수원소방서 등 3개 소방서가 있었다. 수원소방서는 경기도 지역 소방행정을 선도하고 각 시ㆍ군 의용소방대에 선진 기술을 전수하는 중심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다.
이후 급격한 도시 발전이 이뤄지면서 1996년 10월 5일 수원남부소방서를 분서했고 현재는 2개의 소방서가 수원시민의 안전을 지키고 있다.
수원특례시는 123만명이 거주하는 경기도청 소재지이자 교통, 문화, 행정의 중심지다. 소방공무원 298명과 의용소방대원 220명이 다수의 소방대상물과 시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불철주야 최선을 다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수원소방서는 그 어디에도 없는 기록물들을 보존하고 있다. 여기에는 서 개청 당시 인사사령부와 1951년부터 기록된 화재조사부, 1953년에 제작된 청사 증축 관련 문서 등이 포함돼 있다.
올해 4월에는 1947년 당시 최초로 개서했던 청사 부지인 수원시 팔달구 교동 135번지 일원에 가로 50, 세로 40㎝ 크기의 표석을 설치했다. 표석 전면에는 ‘경기도 최초 개서 소방관서 수원소방서’라는 문구를 새겨 소방의 역사를 기리고 도민에게 널리 알리고 있다.
이런 역사와 이를 계승ㆍ발전시키고자 노력하는 선배와 후배가 함께하는 ‘우리’ 스스로를 수원소방서의 가장 큰 자랑거리로 여기고 있다.
높은 인구밀도를 보이는 수원의 지역적 특성은 어떤가.
수원은 세계문화유산 화성이 있는 전통과 효의 고장이면서도 성균관, 아주, 경기, 동남보건대학교 등이 있는 교육도시이자 광교신도시가 있는 젊고 발전하는 도시다.
관내에는 영통, 망포, 정자, 이목 택지개발지구와 광교신도시 등 고층건물, 공동주택, 지하연계 복합건축물 등이 밀집돼 있다. 그리고 세계 최고의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와 협력사가 있어 첨단 산업의 중심지로 자리 잡고 있다.
경부선과 수인분당선 등 7개의 도시철도 역사와 경부, 영동, 용인서울고속도로, 1번 국도가 지나는 교통 요충지이기도 하다. 연간 500만명 이상이 찾는 광교산이 있으며 6개의 전통시장과 대형 복합쇼핑몰인 스타필드가 있어 더욱 많은 인구가 유입되고 있다.
지역 특성에 맞춘 소방안전대책이 궁금하다.
재난 발생 시 신속하고 체계적인 대응을 위해 긴급구조 통합 지휘체계를 확립하고 긴급구조 지원기관, 단체와의 협업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안전에 안심을 더하는 수원 119를 위해 대형화재 위험이 큰 전통시장과 대형 건설 현장, 삼성전자 등 22개 중점관리대상, 기타 화재취약시설에 대한 관서장 맞춤형 현장 안전컨설팅을 실시하고 있다. 소방시설 설치와 유지관리 상태도 수시로 지도ㆍ점검한다.
자율안전관리 체계 확립을 위한 방안으로는 시기ㆍ유형별 화재안전대책을 추진하고 피난대피방법을 홍보하고 있다. 옥상피난시설(옥상출입문 안내표지, 피난경로이탈방지펜스, 피난안내선) 설치 홍보ㆍ보급에 나서는 한편 최근엔 지하주차장 전기차 충전시설 관리 등에 중점을 두고 예방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
또 최상의 화재진압을 위해 연결송수와 중계방수, 비상승강기 운영 등 지하ㆍ고층건물 화재진압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화재 발생의 38%를 차지하는 주택화재 예방을 위해 소방관이 직접 녹음한 자체 화재 예방 음원을 제작ㆍ배포하는 등 시민 자율안전관리 체계를 확립해 나가고 있다.
광교산, 광교호수공원,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 ‘화성’, 스타필드 등 다중운집시설과 다양한 지역축제가 열리는 대학교 등의 안전을 위해 지속적인 안전점검과 구조ㆍ구급 등 대응태세를 구축하고 있다. 봄철에는 수원시청과 협력해 경기도 명소인 광교산 산불 예방에도 집중한다.
수원은 구급활동이 특별히 많은 곳이다. 2023년 구급출동은 3만1246건으로 구급차당 출동 건수가 경기도 내에서 세 번째로 높게 나타났다. 이에 따라 구급대원의 능력 향상은 물론 의용소방대와 협력해 일반인 심폐소생술 교육을 강화하는 등 시민의 귀중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화재 예방 업무와 함께 안전의식 향상을 위한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고.
지역사회 안전을 위한 최고의 활동은 ‘시민속으로’, ‘지역속으로’라고 생각한다. 각종 기관ㆍ단체 모임, 지역축제나 행사에 적극 참여해 시민과 안전의식을 공유하려고 노력 중이다. 지역축제와 행사에는 의용소방대와 함께 홍보ㆍ체험 부스를 마련해 응급처치, 화재 예방 등에 힘쓴다.
특히 이태원 사고 이후 심폐소생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2023년도에는 11만3486명의 시민에게 소방안전과 심폐소생술 교육을 실시했다. 올해에는 더욱더 확대해 시행하고 있다.
2023년 9월에는 이의119안전센터에 255㎡ 규모의 소방안전체험관을 신규로 설치했다. 시민이 교통, 지진, 생활안전, 화재대피 등 상황별 위기 대처 요령과 안전 수칙을 배울 수 있도록 체험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관내 취약계층 1838가구를 대상으로는 주택용 소방시설을 100% 보급ㆍ완료했다. 현재는 반지하 거주민과 외국인,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주택용 소방시설 보급에 집중하고 있다.
예기치 못한 화재로 인한 이재민의 빠른 일상 회복을 돕고자 원스톱 화재피해주민 지원센터를 운영하는 등 지역사회 안전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수원소방서장 부임 후 1년이 지났다. 그간 성과를 꼽는다면.
경기도소방재난본부와 수원소방서 전 직원이 합심해 경기소방의 자랑인 수원소방서 기록물을 발굴하고 이를 영구 보존할 수 있도록 했다. 수원소방서 최초 개청 자리에 기념 표지석을 설치한 일이다. 소방의 역사는 곧 소방의 자부심이기에 지속해서 보존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두 번째로는 2023년 5월 이의119안전센터를 이전ㆍ신축하고 소방안전체험관을 신축했다. 이로써 광교신도시의 소방안전시스템이 구축됐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시민 안전에 보다 더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세 번째는 수원소방서가 주관해 2023년 경기도긴급구조종합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44개 기관과 524명이 참여한 훈련을 통해 관계기관 간 역할과 공조체계를 더욱 확고하게 구축했다. 소방청 주관 평가에서도 경기도가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네 번째 성과로는 삼성전자와 스타필드, 갤러리아백화점, 전통시장, 요양병원, 대형 공사장 등을 월 1회 이상 관서장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컨설팅을 실시하고 애로사항을 해결해 주면서 화재 예방에 힘쓰고 있다.
스타필드 수원점의 경우 지난해 12월 업체와 사전협의를 거쳐 준공검사 전 전문인력을 집중 투입해 미리 보완ㆍ개선함으로써 기간 내 준공검사를 완벽하게 마무리한 바 있다.
무엇보다도 최고의 성과는 직원들이 안전하게 근무하고 대형 재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업무를 수행해 온 점이다.
조직 구성원의 사기 증진과 역량 강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오랫동안 회자하는 말 중 ‘일이 힘드냐? 사람이 힘들지!’라는 말이 있다. 최대한 공과 사를 구별하고 상호 인격을 존중해야 사기가 오르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계급과 연령이 지배하는 문화에서 벗어나 동등한 인격체로서 상호 존중하는 문화로 바뀌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매주 수요일은 계급장을 떼고 사복을 입는 ‘사복데이’를 운영한다. 개인정보나 인사 관련 사항이 아닌 모든 업무를 공유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소통과 사기진작을 위해 ‘통통통’(마음, 생각, 행동이 통하는)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커피 한잔 할래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특히 현장 대원들이 더 편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사무실과 화장실, 창고 등 부족했던 시설을 개선하는 안전센터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다.
앞으로도 직원들의 복지와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지속해서 관심을 두고 다양한 프로그램과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직원들이 더욱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직장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임기 동안 꼭 완수하고 싶은 목표가 있나.
먼저 대형 사고 없는 ‘시민이 편안하고 안전한 수원시’가 되도록 하겠다. 이를 위해 시청 등 관계기관ㆍ단체와의 협력체계도 안정적으로 구축해나갈 계획이다.
또 시민 스스로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자율안전 시스템을 정착하고자 한다. 어린이, 노인, 장애인 등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맞춤형 소방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안전의식 함양을 위해 노력하겠다.
또 하나의 목표는 ‘수원소방서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끔 근무 여건을 조성하는 일이다. 쾌적한 근무 환경을 꾸리고 자유롭게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소방서로 만들어 언제든지 소통하고 서로 존중하는 문화를 구현하겠다.
마지막으로 수원시민은 물론 소방서 전 직원의 무사고다. 전국 모든 소방서장의 공통된 염원일 거로 생각한다. 철저한 준비와 지속적인 노력으로 반드시 달성할 수 있도록 하겠다.
수원소방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게 있다면.
가장 최우선으로 필요한 건 주인의식과 사명감이다. 소방서의 주인은 서장이 아니다. 직원 모두가 주인이다. 서장이나 몇몇 간부에 의해 소방서 분위기나 업무가 바뀌어선 안 된다.
주인의식과 사명감이 있어야 애사심도 생기고 보람 있는 직장 생활이 될 거다. 그래야 팀으로 움직이고 생사를 같이하는 동료애가 보다 단단해지며 한마음으로 움직이는 수원소방서가 될 수 있다. 이를 통해 본인과 시민 모두가 더 안전하고 행복해질 거로 생각한다.
다음은 학습하는 조직이다. 대부분의 소방공무원은 입사 이후 승진이나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 외에는 책을 보거나 학습하는 일이 흔치 않다. 조직의 수준과 품격은 조직원의 실력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AI 시대에 변화하는 산업기술이나 국민의 니즈에 부응하려면 반드시 공부하고 학습해야 한다. 학습은 화재진압, 구조, 구급, 생활안전 등 소방업무는 물론 인문이나 사회, 경제, 공업, 기술 등 모든 분야가 해당된다. 특히 드론, 로봇,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소방산업 분야는 필수다.
마지막으로 문제의식이다. 우린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하고 있는지,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지 등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꼈으면 좋겠다. 우린 공무원으로서 매일 계급과 성별, 나이, 내ㆍ외근 업무 등으로 갈등을 겪고 타 기관이나 단체와의 불편함은 물론 시민의 민원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이러한 문제를 예측하고 해결하며 미래를 선도해 나가야 한다.
수원소방은 물론 전국 소방공무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나.
사는 지역이나 근무지, 소속, 이름, 성별은 모두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두 대한민국의 소방공무원이라는 사실이다. 언제,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만나더라도 이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항상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주길 바라며 재난 현장에서 국민의 생명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여러분의 노고와 헌신에 깊은 감사를 표한다.
수원의 소방안전 총 책임자로서
각오 한 말씀.
미래에 일어날 재난과 사고를 예측하는 건 어렵다. 다만 우리 수원소방서에는 그 사고를 미리 예방하고 대응하는 직원들이 있다. 우리를 지원하고 응원하는 분도 많다.
이들 모두가 하나가 돼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그리고 수원시민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무엇보다도 경기도 소방공무원이라면 누구나 ‘나도 수원소방서에서 근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서로 존중하고 행복하게 근무할 수 있는 소방서를 만들고 싶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4년 7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