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은 지난 어느 해보다 이른 폭염이 시작된 후 기록적인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건강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은 날로 높아져 무더위 속에서도 야외활동을 즐기려는 분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들어 러닝을 비롯한 다양한 야외운동들이 유행처럼 번지고 여름 등산객도 꾸준히 늘고 있다. 그러나 바램과는 다르게 여름 산행은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여러 위험요소를 안고 있다.
소방청과 국립공원공단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발생한 산악 구조 건수(연간 약 5천~6천건) 중 약 40%가 6~8월에 집중돼 있다. 주요 사고 유형별로는 실족ㆍ추락 사고가 35%, 탈진ㆍ열사병이 20~25%, 조난 사고가 15%, 벌 쏘임ㆍ뱀 물림 사고가 10% 내외로 나타났다. 이러한 사고의 원인은 무엇이고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지 함께 살펴보자.
위 통계에서 알 수 있듯 가장 대표적인 위험은 실족과 추락 사고다. 대표적인 등산 계절인 봄과 가을은 비교적 건조한 날씨임에 반해 여름철은 장마와 고온다습한 날씨로 등산로의 암반과 흙길이 미끄러울 수 있다. 특히 가파른 암벽이나 경사로에서 젖은 지면은 매우 큰 위험을 초래한다. 여기에 더운 날씨 탓에 안전장비 착용을 소홀히 하는 경우 사고 위험을 더욱 높인다. 아무리 불편하더라도 등산화, 장갑, 스틱 등 기본적인 장비는 반드시 착용해야 하며 미끄러운 지면에는 무리하게 접근하지 않아야 한다.
두 번째 위험요소는 폭염에 의한 탈진이나 열사병이다. 여름 산행 중에는 다른 계절보다 훨씬 많은 땀을 흘리게 된다. 이때 수분이 충분히 보충되지 않은 상태로 산행을 강행하면 순식간에 탈수가 올 수 있다. 높은 기온 속에서 체온 조절에 실패하면 탈진으로 이어지고 이는 열사병으로도 발전할 수 있다. 따라서 갈증을 느끼기 전에 미리 물과 이온음료를 통해 수분과 전해질을 지속적으로 보충해야 하며 그늘에서 자주 휴식을 취하는 게 중요하다.
세 번째는 조난 사고다. 여름 산행의 기후적 특성상 급격한 날씨 변화가 잦다. 장마철의 스콜성 소나기나 짙은 안개는 등산 환경을 악화시킬 뿐 아니라 심리적 불안감을 유발해 등산객이 등산로를 이탈하게 만든다. 이러한 이탈은 의외로 쉽게 발생하며 한번 길을 잃으면 다시 등산로를 찾지 못하고 조난되는 경우가 많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산행 전 반드시 기상 예보를 확인하고 산행 중에는 배터리가 충분한 스마트폰과 지도ㆍ등산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수시로 위치를 확인해야 한다. 이를 활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등산로 곳곳에 표시된 ‘국가지점번호’를 기억하거나 사진으로 남겨 두는 것도 조난 시 신고할 때 큰 도움이 된다.
네 번째는 벌 쏘임과 뱀 물림 사고다. 7~9월은 벌의 번식기로 야생벌들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기다. 벌에 쏘이게 되면 알레르기 반응으로 인해 쇼크 증상을 유발할 수 있으며 이는 단시간에 심각한 건강 악화를 초래한다. 또한 낙엽과 바위틈은 여름철 먹이 활동 중인 맹독성 뱀들의 주요 서식처다. 이러한 사고를 예방하려면 절대 등산로를 이탈하지 않아야 한다. 벌과 뱀은 정비된 등산로보다는 수목이 우거진 곳에 더 자주 출몰하기 때문이다. 또한 산행 중에는 수시로 주변을 살피고 밝은색 옷을 입으며 긴 옷과 등산용 장갑을 착용하는 것도 도움된다.
이러한 예방수칙 외에도 가장 기본적인 등산 안전수칙 역시 항상 명심해야 한다. 그중 가장 강조하고 싶은 점은 스스로의 체력을 객관적으로 인지하고 무리한 산행을 고집하지 않는 것이다. 등산과 하산을 기준으로 체력 분배가 가능한 등산로를 선정하는 게 체력 소모가 큰 여름 산행의 가장 기본적인 안전 조건이다. 또한 만약을 대비해 단독 산행은 피하고 동행자와 함께하는 게 좋다. 여기에 구조대원이 도착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곳이 산의 특성임을 인지하고 사고 예방을 생활화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찌는듯한 더위에 지친 요즘, 시원한 계곡과 능선에서 부는 바람, 그늘진 숲길, 짙은 녹음이 가득한 여름 산행은 분명 치유의 시간이며 건강한 활동이다. 그러나 이러한 행복은 철저히 준비된 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여름 산행의 특권이다. 앞서 언급한 위험요소와 안전수칙들을 충분히 숙지하고 대비해 모두가 안전하고 즐거운 여름 산행을 즐기시길 바란다.
강화소방서 119구조대 소방위 이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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