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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이야기- Ⅱ

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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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랩 김훈 | 기사입력 2021/12/20 [10:00]

불의 이야기- Ⅱ

산소

리스크랩 김훈 | 입력 : 2021/12/20 [10:00]

불이 연소하기 위해선 가연물과 점화원 그리고 산소가 필요하다. 연소 현상은 산화 반응의 일종이다. 쇠가 녹스는 거나 사람이 음식을 섭취해 에너지를 얻는 과정도 일종의 산화 반응이다. 산소는 연소에 있어 매우 중요한 물질로 화학이라는 학문은 산소의 발견으로부터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는 어떤 물질이 연소하기 위해선 산소가 필요하다는 걸 다 알고 있지만 과거엔 오랫동안 플로지스톤 이론을 믿었다.

 

플로지스톤(phlogiston) 이론

플로지스톤은 태운다는 뜻의 고대 그리스어 Plogizein에서 기반했다. 독일의 화학자 베허와 게오르그 슈탈이 16세기 연금술사였던 파라켈수스의 3원리설에 자신의 이론을 접목한 게 바로 플로지스톤 이론이다. 쉽게 말해 어떤 가연물을 태우면 그 속에서 플로지스톤이라는 물질이 빠져나가 재가 되는 거다.

 

예를 들면 나무토막에서 플로지스톤이 빠져나가면 재가 되고 금속에서 플로지스톤이 빠져나가면 금속회가 된다. 에너지의 개념이 없던 18세기에는 플로지스톤 이론이 굉장히 설득력이 있었다.

 

​이 이론을 폐기한 사람이 바로 프랑스의 화학자 라부아지에(Lavoisier, 1743~1794)다. 라부아지에의 가장 큰 업적은 산소를 발견해 백 년 동안 정설로 여겨진 플로지스톤 이론을 부정하고 완전히 이전과는 다른 화학 체계를 수립했다는 데 있다.

 

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건 관찰과 측정인데 라부아지에는 측정의 중요성을 매우 잘 이해한 과학자였다. 그는 화학반응을 할 때 들어가는 물질과 나오는 물질의 질량을 정확히 측정해 화학적 계산식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플로지스톤 이론에 의하면 어떤 물질이 연소할 때는 물질의 무게가 줄어들어야 한다. 하지만 라부아지에는 어떤 물질이 연소할 때 무게가 줄어드는 게 아니라 늘어나는 걸 확인했다.

 

만약 플로지스톤이 빠져나가는 거라면 무게가 늘어날리 없다고 생각한 그는 다양한 실험을 계속했다. 금속과 인, 유황을 모두 태워봤는데 역시 질량이 늘어나는 걸 확인했다. 어떤 물질이 탈 때 질량이 늘어난다면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게 아니라 더해지는 거다.

 

산소의 최초 발견자

▲ [그림 1] 프리스틀리의 실험

 

우리는 산소를 처음 발견한 인물이 라부아지에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은 스웨덴의 화학자 쉘레(Scheele, 1742~1786)와 프리스틀리(Priestley, 1733~1804)다.

 

과학놀이로 이산화망간과 과산화수소를 반응시키면 가장 쉽게 산소를 만들 수 있는데 쉘레는 과산화수소 대신 황산을 사용해 산소를 만들었다. 산화수은이나 질산염을 가열해 산소를 만들기도 했다. 그는 이 기체가 공기보다 연소를 더 잘 촉진했기 때문에 불 공기(fire air)라고 불렀다.

 

목사였지만 화학자로 더 유명한 프리스틀리는 영국 리즈의 밀힐교회 목사였다. 프리스틀리는 이산화탄소를 비롯해 10여 개의 새로운 기체를 발견했는데 산소도 그중 하나였다.

 

그는 산화수은(Hg₂O)을 [그림 1]과 같이 수소와 물로 가득한 병 속에 넣고 돋보기로 가열했더니 수은과 함께 이름 모를 기체(산소)가 발생하는 걸 관찰했다. 이 기체를 용기 안에 모아두고 촛불을 넣었더니 촛불이 더 세차게 타오르는 걸 확인했다.

 

라부아지에는 산소와 결합해 생성된 물질이 산의 성질을 갖고 있어 산소에 Oxygen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Oxy는 그리스어로 ‘산(酸)’이라는 뜻이다. ​플로지스톤 이론을 만든 게오르그 슈탈은 황을 태워 물과 섞었더니 황산이 만들어지는 걸 관찰했다.

 

그래서 플로지스톤이 빠지면 산성이 된다고 추측했다. 라부아지에는 플로지스톤이 빠지는 걸 산소가 더해지는 거라고 재해석했고 모든 산(acid)에는 산소가 있다고 생각해 산의 근원은 산소라고 생각했다.

 

라부아지에는 염산(HCL)에도 산소가 있다고 여겨 염산=산소+X(염산 기)라고 명명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산소가 어떤 물질을 시게 만드는 게 아니라 산성이 수소이온농도에 따라 결정된다는 걸 알고 있다.

 

▲ [그림 2]열소를 최상위에 올려놓은 라부아지에의 화학원소 목록

라부아지에는 알려진 바와는 달리 산소의 최초 발견자도 아니었고 산성(acid)의 의미까지 완전히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

 

게다가 어떤 물질이 타는 건 산소와 화학물질의 일종인 열소(caloric) 때문이라고 생각해 그의 화학원소 목록 최상위에 열소를 올려놨다. 열소설은 플로지스톤설이 폐기된 이후에도 오랫동안 지지를 받았다. 

 

객관적인 실험을 중시한 라부아지에는 질량보존의 법칙 등 과학사에 중대한 업적을 많이 남겼지만 그의 나이 51세에 프랑스 혁명으로 인해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는 불운을 맞는다. 세금징수원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프랑스 최고의 수학자였던 조세프 루이 라그랑주는 절친한 사이였던 라부아지에를 구명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지만 소용이 없었다.

 

라그랑주는 “그의 머리가 잘리는 건 순식간이겠지만 저런 머리가 이 세상에 다시 나오기 위해선 100년도 더 걸릴 거다”며 탄식했다. 

 

 


 

김훈 리스크랩 연구소장(공학박사)

ㆍ현대해상 위험관리연구소 수석연구원

ㆍ한국소방정책학회 감사

ㆍ한국화재감식학회 정보이사

ㆍ한국기술혁신평가단 정위원

ㆍ소방청 화재감식 전문자문위원

ㆍ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전문자문위원

ㆍ한국기술사회 4차산업위원회 전문위원

ㆍ미(美)공인 위험관리전문가

ㆍ미(美)공인 화재폭발조사관

ㆍ안전보건전문가(OHSAS, ISO45001)

ㆍ재난관리전문가(ISO22301, 기업재난관리사)

ㆍ기술사(기계안전, 인간공학, 국제)

 


 

 

리스크랩_ 김훈 : firerisk@naver.com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1년 12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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