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광고

불의 이야기- Ⅶ

제4의 불, 핵융합

광고
리스크랩 김훈 | 기사입력 2022/05/20 [10:00]

불의 이야기- Ⅶ

제4의 불, 핵융합

리스크랩 김훈 | 입력 : 2022/05/20 [10:00]

불은 에너지다. 에너지란 파워(POWER)로 일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인류는 에너지를 차지하기 위해 서로 전쟁을 벌여왔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점령과 더불어 우크라이나 침공도 유럽에서 에너지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 중 하나다.

 

1991년 12월 26일 소련은 더 버티지 못하고 소비에트 연방을 구성하던 15개의 신생 독립국을 승인하면서 해체 수순을 밟았다. 1998년 러시아는 재정 적자를 버티지 못하고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는데 그 원인은 국가 수입의 60%를 차지하는 석유 수출의 부진 때문이었다.

 

​러시아는 세계 3위의 산유국으로 전 세계 원유의 12% 정도를 생산한다. 이후 러시아는 국제유가 상승으로 다시 부를 축적하기 시작했다. 러시아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3개국이 있다. 벨라루스와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다. 이미 오래전부터 벨라루스는 러시아와 매우 밀접한 관계였다.

 

2022년 초 카자흐스탄에서 반정부시위가 일어나자 카심 토카예프 대통령의 요청으로 러시아 병력이 카자흐스탄에 투입됐다. 카자흐스탄도 러시아의 세력권으로 들어왔다.

 

​우크라이나가 문제였다. 우크라이나는 정치, 경제, 군사적으로 결코 러시아가 포기할 수 없는 지정학적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우크라이나의 행보는 친러보다는 친유럽 성향을 보여왔다.

 

러시아 입장에서 우크라이나는 슬라브 민족의 뿌리이자 기원이 되는 곳이기 때문에 우크라이나가 유럽으로 넘어가는 걸 보고만 있을 순 없었다. 우크라이나가 노골적으로 친유럽, 친서방 정책을 표방하고 나서자 러시아는 발끈했다.

 

​우크라이나는 곡창지대이자 기술과 자원 부국이었다. 게다가 유럽으로 가는 길목에 있어 지정학적 요충지로도, 정치ㆍ군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국가였다. 이런 배경뿐 아니라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우크라이나는 매우 중요했다. 결국 푸틴은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에너지 전쟁

유럽 대부분 국가는 에너지를 러시아에서 공급받는다. 러시아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는 벨라루스와 우크라이나에 있는 야말-유럽 가스관과 소유즈 가스관을 통해 유럽으로 운송된다. 벨라루스는 친러성향의 국가이므로 문제가 아니지만 소유즈 가스관은 우크라이나를 통과한다.

 

그동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우크라이나를 경유하지 않고 독일로 바로 갈 수 있는 노르트스크림 1, 2를 독일과 함께 건설하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전에 독일이 러시아 편을 들었던 것도 이런 이유다.

 

▲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경로(출처 이데일리, www.edaily.co.kr/news/read?newsId=03135686632233472&mediaCodeNo=257)

 

러시아 입장에선 우크라이나가 친서방국가로 돌아서면 석유 수출에 막대한 차질을 빚는다. 게다가 미국도 여기에 한몫했다. 미국은 자국에서 생산되는 셰일가스를 액화천연가스(LNG) 형태로 유럽에 공급하길 원했다. 우크라이나가 미국세력권에 넘어가면 러시아는 유럽 가스 수출의 70%가 사라진다.

 

결국 우크라이나 전쟁의 발단은 에너지였다. 4차 중동전쟁 이후 중동 대부분 국가가 석유 무기화를 시도하자 미국은 적극적으로 중동전쟁에 개입한다.

 

이란제재를 비롯해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이르기까지 20세기에 들어 미국이 벌인 전쟁 대부분은 에너지 전쟁이었다. 에너지는 인류가 살아가기 위해 매우 중요한 자원이 틀림없다.

 

그래서 에너지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인류가 사용해오던 에너지는 나무에서 석탄, 석탄에서 석유로 발전해왔다. 전쟁을 겪으면서 엄청난 기술발전에 이른다. 전쟁은 가능하면 일단 피해야겠지만 시작하면 국가의 존망이 걸려 있어 꼭 이겨야만 한다.

 

따라서 힘과 자원들을 무제한으로 쏟아붓는 총력전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전쟁을 통해 과학기술은 엄청나게 발전한다.

 

​인류 제4의 불인 핵융합에너지도 사실은 전쟁을 통해 발견됐다. 냉전 시절 미국은 소련보다 앞서 원자폭탄을 개발했다. 미국이 원자폭탄을 발명하자 소련은 원자폭탄에 이어 수소폭탄 개발에도 몰두한다. 그 결과 1961년 인류역사상 가장 강력한 무기인 차르 봄바(Царь-бомба)가 만들어진다.

 

수소폭탄 내부엔 수소의 핵융합 조건을 형성하기 위해 작은 원자폭탄이 들어있어 핵융합에 필요한 초고온 상태를 만든다.

 

소련은 이 무서운 폭탄을 Tu-95V라는 폭격기에 싣고 북극해의 노바야제믈랴섬 북쪽 상공에서 실험했다. 수소폭탄의 위력은 매우 컸다. 폭탄은 해발 4.2㎞에서 폭발했는데 차르 봄바의 화구는 지름이 무려 8㎞나 됐다. 폭발의 화구는 지상에 닿을 정도였고 위로는 10㎞까지 닿았다.

 

예상치 못한 과압 범위는 하마터면 차르 봄바를 투하한 폭격기까지 떨어뜨릴 만큼 강력했다. 폭탄의 충격파는 700㎞나 떨어진 곳까지 미쳤고 900㎞ 떨어진 핀란드 건물 유리창이 깨질 정도였다. 폭탄에 의한 지진파는 지구를 세 바퀴나 돌 정도로 강력했다.

 

만약 이 폭탄이 프랑스 파리에 떨어진다면 파리는 물론이고 그 외곽을 둘러싼 오드센주, 발드마른주, 센생드니주까지 초토화될 정도다. 원자폭탄이 전쟁 이후 원자력발전소가 됐듯이 냉전이 끝나자 수소폭탄의 원리를 이용한 새로운 에너지원의 개발이 시작된다.

 

▲ 파리에 떨어졌을 경우의 피해 범위를 나타낸 그림(노란색은 화구의 크기, 붉은색은 파괴된 범위를 나타낸다.)(출처 나무위키)

 

태양에너지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은 태양으로부터 에너지를 공급받는다. 태양에서 발산된 에너지는 지구의 대기권에 의해 55%가 반사되고 나머지 45%만이 지구표면에 도달하게 된다. 태양으로부터 1분 동안 지구가 받는 에너지는 전 세계가 1년 동안 쓸 수 있는 에너지양과 같다.

 

일차적으로 태양으로부터 온 에너지는 식물에 저장된다. 먹이사슬 최하부의 식물은 햇빛과 물,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포도당을 합성한다. 식물을 포함한 유기체가 죽어 만들어진 에너지가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주된 에너지원인 석탄, 석유와 같은 화석에너지다.

 

지구에 매장된 전체 화석에너지의 양은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사흘 동안 받는 에너지와 같다. 이처럼 태양은 막대한 에너지를 지구에 쏟아붓는다.

 

​태양은 지구보다 지름은 109배, 질량은 33만배 크다. 부피는 144만배 더 크다. 태양이 질량 대비 부피가 매우 큰 이유는 태양의 3/4이 수소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물리학자들에 의하면 태양의 나이는 45억살이다. 하지만 아직도 태양의 핵융합에 필요한 수소는 잔뜩 남아있어 100억년 동안 태양은 건재할 것으로 보인다. 태양에 있는 수소가 완전히 소멸하기까진 1천억년이 걸린다.

 

하지만 태양의 수소 모두가 핵융합의 원료로 사용되진 않기 때문에 태양의 수명을 100억년으로 본 거다. 태양에너지의 원리는 핵융합이다. 핵융합은 자연계의 4대 힘인 강력으로부터 발생한다. 강력은 원자폭탄 힘의 원천인 약력에 비해 100만배나 크다.

 

​만약 인류가 꺼지지 않는 태양의 핵융합에너지를 활용할 방법만 개발할 수 있다면 에너지를 둘러싸고 벌이는 에너지 전쟁은 그칠지도 모른다.

 

현재 선진국 대부분은 태양의 핵융합에너지를 연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그러한 국가 중 하나다. 2021년 11월 22일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에서는 세계 최초로 1억℃의 온도에서 30초간 원자로를 운영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은 1995년부터 핵융합에너지를 연구해 왔다. KSTAR는 한국에서 만든 핵융합 원자로 2018년 초고온 플라스마 이온온도를 1억℃에 도달시키는 데 성공했다. 핵융합발전소가 가동되는 최소기준은 100초다.

 

하지만 상용화를 위해선 2~3배 여유를 둔 300초가 필요하다. 좀 더 기술적인 발전이 이뤄진다면 지구에서 인공태양을 만드는 일이 가능해질지도 모른다.

 

▲ 핵융합장치 ‘KSTAR’의 모습(출처 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3/16/2020031603897.html)

 

핵융합에너지

모든 만물을 구성하는 기본적인 단위는 원자다. 주기율표 맨 왼쪽 상단을 보면 원자번호 1인 수소가 있다. 수소는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로 우주의 74%가 수소로 이뤄질 만큼 풍부하다.

 

하지만 지구상에서는 매우 희귀한 물질로 보통은 홀로 존재하지 않고 산소와 결합한 형태로 존재한다. 바로 물(H2O)이다. 수소는 중성자 없이 양성자 1개와 전자 1개로 이뤄진다.

 

수소는 특이하게도 다른 원소와는 달리 수소 한 개가 보유한 에너지가 수소 2개가 보유한 에너지보다 크다. 원자번호 26번인 철은 핵융합으로 생성되는 최종 원소다. 그 이후부터 핵융합은 일어나지 않고 핵분열만 일어난다.

 

2개의 수소 원자를 핵융합시키면 막대한 에너지가 방출된다. 이게 태양의 원리로 태양은 초당 6억t의 수소가 핵융합을 통해 사라지고 헬륨이 된다.

 

헬륨 3개가 서로 융합하는 삼중 알파 과정(triple alpha process)을 거치면 헬륨은 생명의 기본이 되는 탄소로 변한다. 이런 식으로 원자의 양성자 개수가 점차 증가하면서 질소나 산소, 철 등의 원소들이 만들어진다.

 

▲ 주기율표(출처 위키백과)

 

과거 연금술사들은 납으로 금을 만들고자 다양한 노력을 했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 그 원인은 원소들을 핵융합할 수 있는 압력과 온도를 구현하기 어려워서다.

 

지금도 이런 환경의 구현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태양은 1천만℃ 온도에서도 핵융합이 일어난다. 하지만 지구는 태양처럼 중력이 크지 않기 때문에 지구에서 수소를 핵융합시키기 위해선 1억℃의 온도가 필요하다.

 

​원자는 양성자와 중성자, 그리고 전자로 구성된다. 수소 원자의 지름은 약 1.6fm(10-¹⁵m) 정도인데 그 단위가 매우 적기 때문에 페르미 거리로 표기한다. 모든 원자 간에는 서로 척력이 존재한다. 따라서 원자핵을 서로 가까이 접근시키면 전자기력에 의해 서로를 밀어내려는 힘이 매우 강하게 작용한다.

 

수소도 마찬가지지만 수소 원자 2개를 1fm 거리 이내로 매우 가깝게 근접시킬 수만 있다면 전자기력보다 더 큰 힘이 작용해 수소 원자핵이 서로 융합된다. 이 힘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강력한 힘인 강력이다.

 

이 힘에 구속된 수소 원자핵은 자신의 형태를 유지하기 위한 정지에너지가 줄어들게 되며 이때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는데 이게 핵융합에너지다.

 

하지만 수소의 핵융합반응은 보통의 수소로는 일어나지 않는다. 수소 핵융합을 위해선 중수소나 삼중수소가 필요하다. 또 수소 사이의 반발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수소의 전자를 원자핵에서 떼어놓은 상태, 즉 플라스마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

 

수소를 플라스마 상태로 만들기 위해선 1억℃의 온도가 필요하다. 하지만 지구상에는 1억℃의 온도를 견딜만한 재료가 없다.

 

그래서 개발된 기술이 토카막(Tokamak)이다. 토카막은 자기장을 이용한 둥근 도넛 모양의 플라스마 가둠 장치로 1952년 소련의 과학자 사하로프가 플라스마를 가둘 수 있는 자석으로 만든 코일 방이다.

 

​토카막은 플라스마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끝과 끝을 연결한 도넛 모양의 진공 용기를 만들고 그 주변에 자기 코일을 설치해 중구난방으로 날뛰는 플라스마 입자들을 질서정연하게 잡아둔다.

 

플라스마를 가둘 수 있는 자기 방(Magnetic room)을 구현하기 위한 전자석이 필요한데 저항열 때문에 전자석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기술이 전기저항을 zero 수준까지 떨어뜨릴 수 있는 초전도자석이다.

 

​초전도란 도체 온도가 매우 낮아졌을 때 도체 내에 흐르는 전류 저항이 사라지는 현상을 말한다. 초전도 상태에서는 도체에 많은 전류가 흘러도 저항에 의한 온도 상승이 거의 없을 뿐 아니라 이로 인한 전력 손실도 매우 적다.

 

따라서 강한 자기장으로 플라스마를 가둘 수가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이런 초전도자석을 만들기 위해 개발한 물질이 나이오븀(Nb) 합금기술이다.

 

​나이오븀은 원소 중에서 임계온도가 가장 높고 연성이 있으며 불순물이 들어가면 단단해지는 성질이 있다. 이 나이오븀에 주석을 섞어 초전도자석을 만들면 다른 합금보다 임계온도가 높아 좀 더 안정적인 운전이 가능해지고 강한 자기장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러나 합금을 만드는 과정에서 취성이 발생하기 때문에 세계 어느 나라도 성공하지 못했던 걸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만들어 KSTAR 장치를 운용하는 데 성공했다.

 

나이오븀-주석 합금을 초임계 헬륨을 사용해 초전도자석의 운전 온도를 –268℃로 낮추면 플라스마 상태를 구현할 수 있는 초전도자석이 만들어진다.

 

▲ ITER(출처 위키백과)

 

만약 한국의 KSTAR 기술이 완성된다면 중수소 300g과 중수소 200g만으로도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가 나흘 동안 생산할 수 있는 전기 200만㎾를 얻을 수 있게 된다.

 

현재 한국을 비롯해 미국과 러시아, 유럽연합, 일본, 중국, 인도가 공동으로 프랑스의 카다라쉬 지역에 국제열핵융합실험로(ITER, International Thermonuclear Experimental Reactor)를 건설 중이다. 만약 ITER 개발에 성공해 지구에 인공태양이 만들어진다면 인류의 또 다른 위대한 도약이 시작될 것이다.​

 


 

김훈 리스크랩 연구소장(공학박사)

ㆍ현대해상 위험관리연구소 수석연구원

ㆍ한국소방정책학회 감사

ㆍ한국화재감식학회 정보이사

ㆍ한국기술혁신평가단 정위원

ㆍ소방청 화재감식 전문자문위원

ㆍ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전문자문위원

ㆍ한국기술사회 4차산업위원회 전문위원

ㆍ미(美)공인 위험관리전문가

ㆍ미(美)공인 화재폭발조사관

ㆍ안전보건전문가(OHSAS, ISO45001)

ㆍ재난관리전문가(ISO22301, 기업재난관리사)

ㆍ기술사(기계안전, 인간공학, 국제)

 


 

리스크랩_ 김훈 : firerisk@naver.com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2년 5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불의 이야기 관련기사목록
[인터뷰]
[인터뷰] 김창진 한국소방산업기술원장 “시대가 요구하는 조직으로 탈바꿈시키겠다”
1/7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