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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이야기- Ⅳ

리스크랩 김훈 | 기사입력 2022/02/21 [10:00]

불의 이야기- Ⅳ

리스크랩 김훈 | 입력 : 2022/02/21 [10:00]

1812년 5월 24일 영국 펠링 탄광(felling colliery)에서 폭발이 발생했다. 이 사고로 광부 92명이 사망했고 시체를 수습하는 데만 한 달 반이 걸렸다. 당시엔 아동노동이 성행했다.

 

아이들은 체구가 작아 좁은 곳에서도 석탄을 캐는 데 수월했기 때문이다. 사망자 92명 중 14세 이하 아동은 20명이 넘었다. 당시 최연소 사망자는 8세 어린이였다. 

 

​탄광은 어두워 빛이 필요한데 그 당시는 전기가 발명되기 전이라 광부들은 기름 램프를 갖고 작업했다. 분진은 물론이고 메탄가스, 일산화탄소 등과 같은 가연성 유증기가 가득 찬 곳에서 기름 램프를 사용한다는 건 매우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폭발사고는 계속됐다. 1813년 12월에도 펠링 탄광에서 폭발사고가 다시금 발생해 22명이 사망했다.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석탄 수요가 급증하면서 탄광 폭발사고가 계속되는데도 영국은 탄광을 폐쇄할 수 없었다. 영국 정부는 급히 안전위원회를 구성하고 당시 저명한 과학자였던 험프리 데이비(Humphry Davy)에게 도움을 청했다. 데이비는 100m가 넘는 깊은 갱도로 들어가 폭발 원인을 조사했다.

 

▲ [그림 1] felling colliery explosion(출처 alamyimages, 프랑스)

 

험프리 데이비(1778-1829)

▲ [그림 2] 험프리 데이비(출처 위키백과)

험프리 데이비는 영국 콘월주 펜자스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자 가장이 된 데이비는 어느 약제사의 견습생으로 들어갔다. 

 

화학에 흥미를 느낀 그는 독학으로 당시 유명한 과학자였던 라브아지에와 니콜슨의 화학을 공부했다.

 

라브아지에는 물질 연소 시 플로지스톤이라는 물질을 방출한다는 플로지스톤설을 폐기하고 연소는 물질과 산소의 결합이라는 걸 증명했다.

 

하지만 연소 중에 방출되는 빛과 열을 설명하기 위해 칼로릭(caloric)이라는 원소를 만들어 주기율표에 첨가했다. 험프리 데이비는 실험을 통해 라브아지에의 칼로릭설이 틀렸으며 열은 물질의 운동이라고 주장했다.

 

험프리 데이비는 그의 조수였던 마이클 패러데이와 유럽을 여행하면서 저명한 과학자들을 만났는데 그중에는 라부아지에의 미망인과 결혼한 럼퍼드도 있었다. 

 

영국으로 돌아온 그는 영국 안전위원회의 탄광 폭발사고에 대한 고민거리를 접했다. 데이비는 그의 조수 마이클 패러데이와 탄광 폭발의 원인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패러데이의 도움으로 그는 탄광 폭발의 원인이 메탄(CH4)이며 충분한 산소와 점화원만 있으면 폭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들은 연소의 3요소 즉 산소와 가연물, 점화원을 발견했고 여기서 한 가지만 빠져도 연소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데이비는 점화원의 온도조건을 변화시키면서 메탄가스가 폭발하는 온도를 알아냈고 점화원은 기름 램프라고 생각했다.

 

​연소를 일으키는 온도로는 인화점(flash point)과 연소점(fire point), 발화점(ignition point)이 있는데 모두 그 정의와 온도가 다르다. 각각의 온도는 인화점<연소점<발화점 순으로 높다.

 

인화점은 점화원이 존재할 경우 연소하는 최저온도다. 화염이 최초로 보이는 온도나 연소점 이하인 인화점에서는 연소가 지속되지 않는다. 연소가 진행되기 위해선 연소점 이상으로 온도가 계속 유지돼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소점은 인화가 된 후에 연소가 지속될 수 있는 가장 낮은 온도를 말한다. 보통 인화점보다 5~20℃ 정도 높지만 인화점이 100℃ 이하인 물질의 경우엔 차이가 거의 없다. 마지막으로 발화점은 물질이 가열됐을 때 점화원이 없어도 연소를 일으키는 최저온도를 말한다. 점화원이 없어도 폭발하기 때문에 당연히 인화점과 연소점보다는 높다.

 

환경에 따라서 발화점이 낮아지는 조건이 다른데 발열량이 높은 경우와 열전도율이 낮은 경우, 압력이 높은 경우, 분자구조가 복잡한 경우, 산소와의 접촉면이 넓은 경우, 주변 산소 농도가 높아지는 경우엔 발화점이 낮아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메탄의 경우 인화점은 -188℃지만 발화점은 537℃로 매우 높다.

 

▲ [그림 3] 메탄의 연소한계 곡선

 

데이비는 메탄가스가 폭발하는 온도를 알아냈지만 폭발을 방지하는 방법이 필요했다. 이에 패러데이와 함께 메탄과 전등의 불꽃을 분리하는 방법을 연구한 결과 탄광에서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안전등을 발명한다. 

▲ [그림 4] 데이비의 안전등(출처 위키피디아 영문판)

그가 고안해낸 해결책은 촘촘한 철망으로 전등의 불꽃을 감싸는 방법이었다.

 

메탄의 폭발범위는 연소 하한계(LFL) 5%~연소 상한계(UFL) 15%로 농도가 너무 낮으면 가연물 부족으로, 농도가 너무 높으면 산소의 부족으로 폭발이 일어나지 않는다.

 

전등의 불꽃을 여러 겹의 철망으로 감싸주면 뜨거운 연소 가스가 철망을 빠져나가면서 열을 빼앗겨 주위로 확산한다.

 

이때 주변에 메탄가스가 존재해도 연소점에 이르지 않아 폭발하지 않는다.

 

그는 광부들을 불러 모아 작업 중 금속철망이 점점 붉게 변하면 주변 산소와 메탄 농도가 연소범위에 이르러 폭발의 위험성이 높아지면서 폭발할 수 있으므로 이때는 바로 밖으로 대피해야 한다고 안전등 사용법을 알려줬다.

 

이후 탄광의 폭발사고는 획기적으로 감소하게 된다. 데이비가 고안해 낸 방법은 지금도 역화방지기(Flame Arrestor)로 채택돼 적용되고 있다.

 

데이비는 훌륭한 과학자였지만 좋은 스승은 아니었다. 그가 폭발실험을 하다가 한쪽 눈을 다쳐 글을 읽을 수 없게 되자 패러데이에게 실험결과가 출판될 수 있도록 도움을 청했다. 하지만 실험결과가 정리돼 출판되자 패러데이를 해고했다.

 

데이비와 그의 동료 울라스턴은 전선에 전류가 흐를 때 나침반이 움직이는 것에 대한 외르스테드(Oersted)의 실험에 자극을 받아 연구를 시작했는데 잘못된 결론을 내렸다.

 

나중에 패러데이가 같이 실험에 참여해 전기모터의 원리를 과학저널에 발표하면서 돌풍을 일으킨 걸 보고 자신의 제자인 패러데이를 표절자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패러데이의 인기는 점점 높아져만 갔고 이미 그의 스승인 데이비를 넘어섰다. 하지만 데이비는 제자가 자신을 능가했다는 사실에 대한 질투심을 이기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나중에 패러데이가 왕립학회 회원이 되는 데 끝까지 반대하기도 했다. 이렇게 데이비는 그의 훌륭한 업적에도 후세에 좋지 못한 스승으로 기억되는 과오를 저지른다. 1820년 데이비는 영국왕립협회 회장이 되지만 48세에 뇌졸중으로 건강이 악화되자 회장직을 물러났고 1829년 5월 사망한다.

 

 


 

김훈 리스크랩 연구소장(공학박사)

ㆍ현대해상 위험관리연구소 수석연구원

ㆍ한국소방정책학회 감사

ㆍ한국화재감식학회 정보이사

ㆍ한국기술혁신평가단 정위원

ㆍ소방청 화재감식 전문자문위원

ㆍ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전문자문위원

ㆍ한국기술사회 4차산업위원회 전문위원

ㆍ미(美)공인 위험관리전문가

ㆍ미(美)공인 화재폭발조사관

ㆍ안전보건전문가(OHSAS, ISO45001)

ㆍ재난관리전문가(ISO22301, 기업재난관리사)

ㆍ기술사(기계안전, 인간공학, 국제)

 


 

 

리스크랩_ 김훈 : firerisk@naver.com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2년 2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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