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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이야기- Ⅻ

양자역학의 다양한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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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랩 김훈 | 기사입력 2022/11/21 [09:00]

불의 이야기- Ⅻ

양자역학의 다양한 해석

리스크랩 김훈 | 입력 : 2022/11/21 [09:00]

양자(quantum)는 얼마나 많이라는 뜻의 라틴어 ‘quantus’에서 유래한 것으로 더 나눌 수 없는 에너지의 최소량 단위다. 양자역학은 1900년대에 태동해 1930년이 되자 이미 형태가 완성됐고 1990년대에 이르러서는 양자역학을 이용한 수많은 기술이 폭발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양자역학은 과학이라는 분야뿐 아니라 문학이나 예술, 철학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친 학문이다. 인류는 마치 불을 발견하고 길들여온 것처럼 양자를 발견하고 길들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아직도 양자역학의 비밀 대부분은 풀리지 않았다. ​

 

​인류가 전자를 발견하기도 전에 이미 제이만(Zeeman)은 전자의 스핀 현상을 발견했다. 그 현상을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톰슨(Joseph John Thomson)이 음극선 실험을 통해 전자를 발견한다.

 

전자가 발견되자 전자의 실체를 명확히 파악할 수 없는 상태에서 진공관을 발명했고 이후 벨 연구소에서 진공관을 대체하는 트랜지스터가 발명된다.

 

이 트랜지스터는 현재의 반도체 기술을 낳았고 반도체 기술은 현대문명을 구축했다. 결과적으로 양자역학이 없다면 반도체 기술도, 컴퓨터와 스마트폰도, 현대문명도 없었을 거다. 

 

​한국은 세계적인 반도체 강국이지만 양자역학에 대한 기초지식은 빈약하다. 기초기술보다는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응용기술을 더 중시한 결과다. 하지만 한국이 반도체 기술에 있어 우위를 지속해서 유지하려면 양자역학에 대한 기초지식을 더 강화해야 한다.

 

영의 이중슬릿 실험

1801년 영의 이중슬릿 실험을 통해 우린 빛이 입자가 아니라 파동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아인슈타인은 빛이 금속표면을 때려 전자를 튀어나오게 하는 광전효과로 빛의 입자성을 입증한다.

 

▲ 이중슬릿 실험의 모식도. 이중슬릿을 향해 전자총을 쏘면 두 슬릿 사이를 지나가는 전자들이 파동처럼 간섭을 일으키며 여러 줄의 무늬를 만든다(출처 위키피디아, 편집 IBS).

 

1928년 영의 이중슬릿 실험은 클린턴 데이비슨(Clinton Joseph Davisson)과 레스터 저머(Lester Halbert Germer)에 의해 재현된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엔 빛이 아니라 전자였다. 입자인지, 파동인지 모호한 빛 대신 명백하게 입자로 알려진 전자로 이중슬릿 실험을 한다.

 

빛은 질량이 없지만 전자는 질량을 가지며 하나씩 집어 던질 수 있다. 전자는 누가 봐도 입자이므로 당연히 두 줄이 생겨야 한다.

 

하지만 실험 결과 이중슬릿을 향해 하나씩 발사한 전자가 마치 파동이 지나간 듯 여러 줄무늬에 의한 간섭무늬가 나타났다. 축구 골대를 향해 찬 공 하나가 동시에 두 개로 쪼개져 2개의 골대를 통과한 거다.

 

이들은 처음부터 전자가 두 개로 쪼개져 두 개의 구멍을 통과한 건지, 하나로 날아가다가 구멍 앞에서 두 개로 분리된 건지를 알기 위해 구멍 앞에 전자 검출기를 달고 전자가 어느 쪽 구멍을 통과하는 건지를 확인했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간섭무늬는 사라지고 입자가 지나간 듯한 두 줄의 무늬만 나타났다.

 

▲ 이중슬릿 실험에서 전자의 이동 경로를 관측하니 간섭무늬가 사라지고 두 줄이 생겼다(출처 IBS).

 

단지 전자의 경로를 관측했다는 이유만으로 전자의 파동성은 사라지고 입자처럼 행동했다. 빛의 이중성은 이해하겠지만 그동안 입자로 알려진 전자도 파동과 입자의 두 가지 성질을 모두 지녔다는 건 믿을 수 없는 현상이었다. 

 

하나의 전자가 두 개의 슬릿을 동시에 통과했다는 건 하나의 전자가 동시에 두 곳에 존재한다는 뜻이다. 하나의 전자는 확률적으로 모든 곳에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 이걸 두고 보어는 코펜하겐 해석을 통해 물체는 파동의 상태로 존재하다가 측정하는 순간 붕괴해 입자처럼 행동한다고 해석했다.

 

측정이라는 행위가 전자의 거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거다. 실험자가 보고 있을 때야 전자가 입자로 존재한다는 이 사실을 두고 아인슈타인이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을 남겼다.

“내가 달을 보기 전에는 여기저기 중첩 상태에 있다가 보는 순간 달이 그 위치에 있게 된다는 말인가? 

그럼 내가 달을 보지 않을 때 달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위치가 없는 존재는 없다.

달을 보지 않으면 달은 없는 것인가? 아니 내가 아니라도 내 친구가 보면 달은 존재하는가?”

이를 두고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유진 위그너도 이러한 말을 한다.

 

“우주가 실제로 존재하기 위해선 측정이 필요하다고 했으니 우주는 그 자신의 존재를 위해 의식이 있는 인간과 같은 생명체를 필요로 한다는 말인가? 우주가 실제 존재하는데 이를 볼 수 있는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주는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그러면 인간이 나타나기 전 공룡이 우주를 봤다면 우주는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슈뢰딩거의 고양이

▲ 출처 위키백과

 

아인슈타인과 같이 보어의 해석을 반대하는 슈뢰딩거는 이 말도 안 되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고양이 사고실험을 제안한다.

 

이 실험은 내부를 들여다볼 수 없는 상자, 고양이 한 마리, 우라늄 입자, 청산가리가 들어있는 병, 방사선을 측정할 수 있는 가이거 계수기와 연결된 망치를 준비한다.

 

상자 안에 우라늄 입자는 1시간에 50%의 확률로 핵분열을 일으킨다. 상자 안에 우라늄 입자가 붕괴해 방사선이 가이거 계수기에 감지되면 망치가 움직이며 병을 깨게 되고 이 경우 새어 나온 청산가리로 인해 고양이가 죽게 된다.

 

이 실험이 진행되면 1시간 후 고양이 상태는 무조건 살아있거나 죽는 것, 둘 중 한 가지로 정해질 거다. 그러나 상자를 열어보기 전까진 그 결과를 알 수 없다. 상자를 열어본다는 건 관측을 한다는 의미다.

 

즉 관측하기 전 고양이는 불확정된 상태다. 양자역학적인 관점에서 1시간 후의 고양이는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상태에 있다. 즉 살아있으면서도 죽어있는 이상한 상태로 존재한다는 결과가 나온다. 

 

​하지만 실제 세계에서는 죽어있으면서도 살아있는 고양이는 결코 존재할 수 없다. 자연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양자역학이 자연에서 일어날 수 없는 현상들을 설명하는 모순된 상황이 발생한 거다.

 

슈뢰딩거는 바로 이 점을 비판한다. 이런 불확실성이 자연과는 맞지 않는다고 봤다. 고양이는 반드시 죽거나 살아있는 상태여야 하고 전자 역시 붕괴했거나, 붕괴하지 않았거나 둘 중 하나의 상태를 가져야 한다고 본 거다.

 

그러나 보어에 의하면 특정 물리량을 측정하기 전까진 해당 물리량을 확정 지을 수 없고 관측 가능한 물리량을 측정하는 순간 파동인 상태가 붕괴하며 특정한 값으로 물리량이 결정된다. 이때 결정되는 물리량은 발생 가능한 모든 결괏값의 확률에 비례한다.

 

코펜하겐 해석

코펜하겐 해석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

1. 입자의 상태는 파동함수에 의해 결정된다.

2. 모든 물리량은 관측됐을 때 의미가 있다.

3. 물리량은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측정할 수 없다. 

4. 모든 물질은 입자와 파동의 성질을 지니며 서로 상보적이다. 

5. 양자상태는 불연속적이고 특정한 물리량만 갖는다. 

6. 양자역학적 서술은 대상계가 거시세계로 갈수록 고전역학과 가까워진다.

7. 사건에 대한 인간의 관측 활동이 사건의 현실을 변화시킨다. 

여기서 핵심은 4번의 상보성 원리다. 상보성 원리란 전자의 파동성과 입자성은 상호 배타적이면서도 보완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으로 두 가지 현상은 각각 나타날 수 있지만 동시에 나타날 순 없다는 뜻이다.

 

상자가 닫혀 있을 때 고양이는 죽은 상태와 살아있는 상태의 중첩으로 나타나지만 상자를 열어 고양이의 상태를 확인하는 순간 두 가지 상태 중 하나로 확정된다. 이는 고양이의 상태가 객관적 사실이 아니라 관측자와 상호작용의 결과라는 걸 의미한다.

 

드브로이-봄의 해석

아인슈타인과 슈뢰딩거뿐 아니라 드브로이-봄 역시 코펜하겐 학파의 불확정성 원리를 정면으로 반대했다.

 

우주가 그토록 불확정한 것처럼 보이는 건 측정기구의 한계이거나 인간의 한계 때문이지 우주 자체가 불확정한 건 아니다. 전자는 관측하는 순간 입자 상태로 붕괴하는 게 아니라 관측이 이뤄지기 전에도 입자 상태다. 

 

전자는 불연속적이지만 파동은 연속적이며 전자는 파일럿 파(pilot wave)에 의해 파동처럼 이동한다. 전자는 파동의 궤도를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두 개의 슬릿을 동시에 통과할 수 있고 명확한 위치와 운동량을 갖고 궤적을 따라 움직인다.

 

봄은 파동함수의 존재를 확률로 생각하지 않고 실제의 장(field)으로 생각했는데 우주는 초양자장(superquantum field)이 충만하다고 봤고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걸 초양자장으로부터 분화했다고 주장한다. 이 초양자장이 분화해 정신계와 에너지계, 물질계가 만들어진다.

 

초양자장으로 충만된 우주는 하나(oneness)로 연결돼 있어 국소성 원리(locality principle, 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진 두 물체는 절대 서로 직접 영향을 줄 수 없다는 물리학의 원리다.

 

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학의 체계가 국소성의 원리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지만 나중에 여러 실험을 통해 아인슈타인의 주장이 틀렸음이 증명된다)가 적용되지 않는다.

 

봄의 주장에 따르면 우주는 부분들의 단순한 조합이 아니라 유기적인 통일체에 가깝다. 따라서 개별적인 실체로 파악해야 할 게 아니라 전체적인 흐름으로 파악해야 한다.

 

드브로이-봄은 초양자장이 파동을 형성하고 파동이 소립자, 소립자가 원자, 원자가 물질을 이룬다고 생각했다. 파동과 입자의 이중성을 초양자장의 개념으로 변증법적으로 통합하고자 노력하기도 했다. 

 

다세계 해석

다세계 해석은 특정 사건이 일어날 경우에 대해 각각의 세계가 모두 존재한다는 이론이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살아있는 세계와 죽어있는 세계 모두가 존재하며 상자의 뚜껑을 여는 순간 우린 하나의 세계로 진입한다.

 

상자 속 고양이는 죽은 고양이와 살아있는 고양이가 섞인 중첩 상태가 아니라 살아있는 고양이와 죽은 고양이가 모두 존재한다.

 

즉 관측자가 상자를 열어 고양이의 상태를 확인하는 순간 우주는 고양이가 살아있는 우주와 죽어있는 우주로 분리된다. 이 이론에 의하면 파동함수의 붕괴는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다.

 

다만 관측하는 순간 여러 결과를 지닌 세계 중 하나의 세계로 진입하기 때문에 파동함수가 붕괴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다세계 해석은 논리적으로 문제가 없는 해석이다. 하지만 매우 큰 문제가 있는데 이는 다세계 해석의 논리를 입증할 방법이 없다는 거다. 

 

기타 해석들

이처럼 양자역학은 그 수학적 완결성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완성된 학문이 아니다. 또 그 실체에 대한 해석에 있어 코펜하겐 해석이 양자역학의 주류를 형성한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드브로이-봄의 해석, 다세계 해석 외에도 앙상블 해석(Ensemble Interpretation)이나 서울 해석(Seoul Interpretation), 이타카 해석(Ithaca interpretation), 프린스턴 해석(Pondicherry interpretation), 적신 이론(Bare Theory) 등 정말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해석이 있다.

 

코펜하겐 해석이 주류라고 하지만 완벽하진 않다. 아마도 인류가 양자역학을 이해하기 위해선 아주 오랜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김훈 리스크랩 연구소장(공학박사/기술사)

* 서울과학기술대 공학박사(안전공학)

* 리스크랩(김훈위험관리연구소) 연구소장

* 현대해상 위험관리연구소 수석연구원

* 한국소방정책학회 감사

* 한국화재감식학회 정보이사

* 소방청 화재감식 자문위원

* 한국지역정보개발원(KLID)평가위원

*,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평가위원

* 국립재난안전연구원(NDMRI) 평가위원

*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 평가위원

*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KETEP)평가위원

* Crane & construction Equipment 칼럼리스트

* 소방방재신문 119 Plus Magazine 칼럼리스트

*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칼럼리스트

* 기술사(국제기술사, 기계안전기술사, 인간공학기술사)

* 미(美)공인 위험관리전문가(ARM), 미(美)공인 화재폭발조사관(CFEI)

* 안전보건전문가(OHSAS, ISO45001),* 재난관리전문가(ISO22301,기업재난관리사)


 

리스크랩_ 김훈 : firerisk@naver.com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2년 11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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